견인기(트랙션)는 허리·목 통증 환자들이 병원에서 가장 많이 경험하는 물리치료 중 하나입니다.
디스크가 눌렸다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척추를 당겨서 공간을 넓혀주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견인기는 ‘잘 맞는 상황’에서는 확실한 효과가 있지만,
구조적으로 약해진 관절·인대에서는 과도한 힘이 오히려 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 견인기의 원리
✔ 어떤 환자에게 효과적인지
✔ 어떤 환자에게 절대 조심해야 하는지
✔ 임상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문제들
✔ 집에서 절대 따라 하면 안 되는 이유
까지 모두 정리해드립니다.
1. 견인기의 기본 원리 — 공간을 넓혀 통증을 줄이는 치료
견인기의 목적은 간단합니다.
- 관절 간격을 넓혀 압박 감소
- 신경 압박 완화
- 근육 긴장 감소
- 디스크 내 압력을 일시적으로 낮춤
여기까지는 맞는 말입니다.
문제는 사람마다 척추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견인력(당기는 힘)*이라도
- 회복으로 작용할 수도
- 손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2. 견인기가 “효과 좋은” 케이스 (임상 경험 기반)
다음 조건에 해당하면 견인 효과가 확실히 좋습니다.
✔ 디스크가 붓고 신경이 일시적으로 눌리는 경우
견인으로 간격을 확보하면 통증 완화가 빠르게 나타남.
✔ 근육 보호성 경련(스파즘)으로 움직임이 막힌 경우
견인이 가벼운 신연을 만들어
근육 긴장 감소 효과.
✔ 관절이 “잠겨 있는” 일시적 움직임 제한
가벼운 견인으로 관절면의 슬라이딩 회복.
✔ 통증이 명확한 한두 개 분절에 집중된 경우
특히 목·허리 디스크 초기(급성기) 환자는
짧은 기간 견인 효과가 좋습니다.
즉,
견인은 ‘문제가 있는 곳이 과도하게 압박된 상태’에서 가장 효과적입니다.
3. 견인기가 “오히려 악화시키는” 케이스 (이게 진짜 핵심)
임상에서 가장 많이 보는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견인은 ‘약해진 부위’를 더 약하게 만든다.
🚫 1) 인대가 이미 느슨한 환자에게 과도한 견인
허리·목 인대가 약한 사람에게 견인을 오래/강하게 하면
관절 안정성이 더 떨어집니다.
- 만성 허리 통증
- 반복적인 삐끗함
- 과신전 자세
- 몸이 유연한 사람
- 임신·출산 후 인대 느슨해진 상태
이런 케이스는
견인 받을수록 “시원함 → 더 아픔” 패턴이 나옵니다.
🚫 2) 전방전위증(척추전방전위증, spondylolisthesis)**
전방으로 밀린 척추에 견인을 걸면
더 밀릴 수 있습니다.
🚫 3) 후관절 증후군(facet syndrome)**
견인은 디스크 압력을 줄이지만
후관절은 당겨질수록 통증 증가합니다.
후관절에 문제 있는 환자는
견인 끝나자마자
“허리가 오히려 더 아파요…”
이렇게 말합니다.
🚫 4) 이미 힘 빠진 근육을 더 이완시킴
견인은 근육을 이완시킵니다.
근육이 지나치게 약한 환자에게 이완은 독입니다.
예:
- 엉덩이 약한 허리 환자
- 목 주변 심부근 약한 거북목 환자
→ 견인 후 불안정성 증가 → 통증 악화
🚫 5) 20분 이상 받는 견인의 부작용
견인은 초반 5~7분만 효과 있습니다.
20~30분 장시간 견인은
- 인대 과이완
- 관절 불안정
- 근육 피로
을 유발합니다.
4. 왜 약해진 인대·관절에는 더 위험한가?
이 부분이 핵심입니다.
① 인대는 늘어나면 다시 안 줄어든다
근육은 강화되지만
인대는 느슨해지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견인으로
- 인대 신장
- 관절 불안정
- 미세한 흔들림 증가
→ 만성 루틴으로 전환
② 관절에는 ‘기능적 중립근육’이 필요하다
척추를 안정시키는 건
- 다열근
- 횡격막
- 복횡근
- 골반저근
같은 심부근입니다.
견인으로 이 근육들이 “휴식 모드”에 들어가면
불안정성이 증가합니다.
③ 장시간 견인은 ‘일시적 시원함 → 더 큰 불안정성’
시원한 이유는
근육이 이완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완은 곧 힘 빠짐입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문장:
“받을 땐 시원한데, 집에 가면 더 아파요…”
임상에서는 너무 자주 봅니다.
5. 그렇다면 견인을 어떻게 써야 안전할까?
견인기는 금기처방이 아니라
“딱 맞는 환자에게, 딱 맞는 강도로, 짧게” 사용해야 합니다.
✔ 적절한 견인 사용 기준
- 낮은 강도(경추-체중의 10% 이내, 요추-체중의 50% 이내)
- 8~12분 이내
- 급성 통증 완화 목적
- 디스크 압박 줄이는 초기 단계에만 적용
- 견인 후 즉시 “안정화 운동” 실시
✔ 견인 후 반드시 해야 하는 운동
- 복부 활성화
- 다열근 활성화
- 엉덩이 근력
- 가벼운 코어
즉,
견인 → 안정화
이 순서를 지켜야 효과가 유지됩니다.
6. 견인의 진짜 대안은 무엇인가?
견인이 필요한 이유의 대부분은
“압박 + 근긴장 + 움직임 제한”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안은 다음 조합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① 관절 가동술
압박을 직접적으로 줄이면서
유착을 풀어줍니다.
② 근막 이완 + 점진적 신장
경직된 근육만 타겟팅해서 이완, 신장합니다.
③ 심부안정화 운동
견인보다 훨씬 강력한 근본 치료입니다.
7. 견인은 ‘효과가 있는 환자’가 따로 있고, 과하면 독입니다
✔ 효과 좋은 케이스
- 급성 디스크
- 보호성 근수축
- 일시적 신경 압박
- 한두 분절의 폐쇄성 제한
✔ 위험한 케이스
- 인대 느슨
- 전방전위증
- 후관절 통증
- 만성 불안정성
- 힘 빠진 환자
✔ 가장 중요한 결론
견인은 ‘만능 치료’가 아니라
환자 상태를 정확히 평가한 뒤
짧고 안전하게 필요할 때만 쓰는 치료입니다.
